매입 현장에서 금을 확인하는 방법들과 각각이 무엇까지 알려 주는지. 금 진위 확인, 가짜 금 구별, 금 검사 관련 내용도 함께 담았습니다. 비파괴금분석기 — 녹이지 않고 확인하는 매입 현장 검사.
금을 사들이는 자리에서 감정은 한 가지 방법으로 끝나지 않는다. 손으로 보고, 표시를 읽고, 무게와 부피를 재고, 기계에 올리는 순서로 간다. 앞 단계에서 걸러지는 물건이 대부분이라 뒤 단계까지 가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다. **비파괴금분석기**는 이 순서의 마지막에 놓이는 도구다. 녹이거나 긁지 않고 성분을 읽어 주기 때문에, 손님 물건을 원래 모습 그대로 돌려줄 수 있다는 점이 매입 창구에서 크다. 순서가 중요한 이유는 각 방법이 알려 주는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겉모습은 '의심할 만한가'를 알려 주고, 각인은 '주인이 주장하는 함량'을 알려 주며, 비중은 '금이 아닌 것이 섞였는가'를 알려 준다. 성분 분석기는 '표면이 무엇으로 되어 있는가'를 알려 준다. 어느 하나도 나머지를 대신하지 못한다. 현장에서 사고가 나는 경우는 대부분 한 가지만 믿었을 때다. 각인만 보고 샀다가 도금이었거나, 기계 숫자만 보고 샀다가 속이 다른 금속이었던 식이다. 아래에서 각 방법이 어디까지 알려 주고 어디서 멈추는지를 하나씩 본다.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색과 마감이다. 금은 함량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24K는 진한 노랑, 18K는 조금 옅고, 14K는 더 옅다. 백색 계열은 로듐 도금이 얹혀 있는 경우가 많아 색만으로는 판단이 어렵다. 도금 제품은 모서리나 줄 연결부처럼 마찰이 잦은 곳부터 벗겨져 아래 금속이 비친다. 반지 안쪽, 목걸이 걸쇠 근처, 팔찌 링크 사이를 확대경으로 보는 이유가 그것이다. 무게감도 정보가 된다. 금은 밀도가 높아 같은 크기의 다른 금속보다 확실히 무겁다. 손에 올렸을 때 크기에 비해 가볍다면 속이 비었거나 다른 금속일 가능성을 먼저 본다. 다만 속이 빈 금 제품(할로우)도 정상적으로 유통되므로, 가볍다는 이유만으로 가짜라고 볼 수는 없다. 자석도 간단한 도구다. 금은 자석에 붙지 않는다. 붙으면 철 계열이 들어간 것이 확실하므로 그 자리에서 걸러진다. 문제는 반대다. 안 붙는다고 금인 것은 아니다. 구리, 황동, 텅스텐, 스테인리스 일부는 자석에 반응하지 않는다. 1차 확인은 '확실히 아닌 것'을 빠르게 걸러 내는 단계다. '확실히 맞다'는 판단은 여기서 나오지 않는다.
금 제품에는 함량 표시가 새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999, 995는 순금 계열, 750은 18K, 585는 14K, 375는 9K를 뜻한다. 숫자 대신 24K, 18K, 14K로 표기되기도 하고, 제조사 마크가 함께 찍히기도 한다. 각인 위치는 반지 안쪽, 목걸이 걸쇠, 귀걸이 뒷핀처럼 정해진 자리가 있어 그곳을 먼저 본다. 각인은 정보이지 증명이 아니다. 도금 제품에도 각인을 찍을 수 있고, 각인만 진짜 금 조각으로 만들어 붙이는 경우도 있다. 오래된 제품은 각인이 닳아 읽히지 않기도 하고, 수리하면서 원래 함량과 다른 땜납이 들어가 각인과 실제가 어긋나기도 한다. 특히 목걸이·팔찌는 몸통과 걸쇠의 함량이 다른 경우가 흔하다. 또 하나, 국가마다 표기 관행이 다르다. 해외에서 들어온 물건은 익숙하지 않은 마크가 찍혀 있어 읽는 것 자체가 일이다. 그래서 각인은 '주인이 무엇이라고 주장하는가'를 확인하는 절차로 두고, 실제 함량은 별도로 재는 것이 안전하다.

비중은 무게와 부피의 관계다. 공기 중 무게를 재고, 물속에 담가 다시 재면 부피를 알 수 있고, 두 값으로 밀도가 나온다. 금은 밀도가 매우 높아(순금 약 19.3g/㎤) 대부분의 흔한 금속과 확실히 구분된다. 18K, 14K는 섞인 금속에 따라 값이 낮아지지만 그 범위도 대체로 알려져 있다. 비중 측정의 강점은 **표면이 아니라 덩어리 전체**를 본다는 점이다. 겉만 금으로 씌운 물건은 성분 분석기에서 표면만 읽히면 통과할 수 있지만, 비중을 재면 전체 밀도가 금과 맞지 않아 어긋난다. 매입 현장에서 도금 구별과 속 채움 확인에 비중을 쓰는 이유가 이것이다. 한계도 분명하다. 속이 빈 제품, 돌이나 진주가 박힌 제품, 접착제나 왁스가 들어간 제품은 부피가 왜곡돼 값이 안 맞는다. 이런 물건은 비중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리고 밀도가 금과 비슷한 금속(텅스텐이 대표적이다)을 심으로 쓴 경우에는 비중만으로 걸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비중과 성분 분석은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로 쓴다.

비파괴금분석기는 X선을 쬐어 되돌아 나오는 신호로 원소 구성을 읽는 장비다. 흔히 XRF라고 부른다. 물건을 자르거나 녹이거나 긁지 않고, 올려놓고 몇십 초 안에 결과가 나온다. 금 함량뿐 아니라 은, 구리, 니켈, 아연 같은 합금 원소도 함께 나오기 때문에 '무엇이 얼마나 섞였는가'를 숫자로 볼 수 있다. 현장에서 이 장비가 가지는 가장 큰 의미는 손님 물건을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 시약으로 긁어 보는 방식은 흔적이 남는다. 팔지 않고 감정만 받고 가려는 손님, 물려받은 물건을 확인만 하려는 손님에게는 흔적이 남는 검사를 권하기 어렵다. 비파괴 방식이면 검사하고 그대로 돌려줄 수 있다. 다만 XRF는 **표면 근처를 읽는다**. X선이 파고드는 깊이가 제한적이라, 두껍게 도금된 물건이나 금으로 감싼 물건은 표면 값이 높게 나올 수 있다. 그래서 XRF 결과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매입을 결정하지 않는다. 비중과 함께 보고, 두 값이 서로 맞는지를 확인한다. 표면 성분은 18K인데 비중은 그보다 훨씬 낮게 나온다면 속이 다르다는 뜻이다. 측정 조건도 결과에 영향을 준다. 표면이 더럽거나 로듐·니켈 도금이 얹혀 있으면 그것부터 읽힌다. 굴곡이 심한 제품은 측정면이 제대로 닿지 않아 값이 흔들린다. 장비별 교정 상태와 측정 시간에 따라서도 차이가 생긴다. 숫자 하나를 그대로 믿기보다, 여러 지점을 재 보고 값이 일관되는지를 보는 편이 낫다.
시금석은 검은 돌판에 물건을 문질러 금 자국을 내고, 함량별 산 시약을 떨어뜨려 반응을 보는 오래된 방법이다. 산에 녹아 사라지면 표시된 함량보다 낮다는 뜻이고, 남아 있으면 그 함량 이상이라는 뜻이다. 장비 없이 할 수 있고, 도금은 문지르는 과정에서 벗겨져 아래 금속이 드러나므로 도금 구별에 강하다. 대신 물건에 자국이 남는다. 눈에 잘 안 띄는 자리를 골라 하더라도 긁는 것은 긁는 것이다. 그래서 매입이 사실상 확정된 물건, 어차피 녹여 재생할 물건에 주로 쓴다. 감정만 받으러 온 손님 물건에 이 방법을 먼저 대는 것은 곤란하다. 정확도 면에서도 사람의 눈과 손에 의존한다. 시약의 유효기간, 문지른 자국의 두께, 판독하는 사람의 경험에 따라 판단이 갈린다. 숫자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 구간 이상/이하'로 나오기 때문에 정밀한 함량 산정에는 쓰기 어렵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시료를 떼어 내 고온에서 처리하고 순금만 남겨 무게를 재는 방식이다. 회분법, 큐펠법으로 부른다. 표면이든 속이든 상관없이 실제 금 함량이 나온다. 대량 거래나 정련소로 넘어가는 물량, 분쟁이 생긴 물건에서 쓰인다. 문제는 물건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료를 떼어 내는 순간 그 제품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도 걸리고 비용도 든다. 비용과 소요 시간은 맡기는 곳마다 다르다. 그래서 현장 흐름은 이렇게 갈린다. 손님 앞에서 즉시 판단해야 하는 소액·일반 매입은 비파괴 검사로 끝낸다. 금액이 크거나 값이 서로 어긋나거나 이견이 생긴 건은 파괴 검사를 거치는 쪽으로 넘긴다. 모든 물건을 파괴 검사할 수는 없고, 모든 물건을 비파괴로만 끝낼 수도 없다.

텅스텐 심을 쓴 물건이 대표적이다. 텅스텐은 밀도가 금과 매우 가까워 비중으로 잘 안 걸린다. 겉을 금으로 두껍게 감싸면 XRF도 표면만 읽어 통과할 수 있다. 큰 바(bar)나 두꺼운 제품에서 특히 조심해야 하는 형태다. 이런 물건은 여러 지점을 재 보거나, 초음파로 내부를 보거나, 결국 잘라 보는 쪽으로 간다. 도금 두께가 두꺼운 물건도 까다롭다. 얇은 도금은 시금석에서 바로 벗겨지지만, 두꺼운 도금은 문질러도 아래가 안 나오고 XRF도 표면 값을 높게 준다. 이때 비중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표면 성분과 전체 밀도가 어긋나면 그것이 신호다. 부품마다 함량이 다른 물건도 실수가 잦다. 목걸이 몸통은 14K인데 걸쇠는 다른 재질인 경우, 시계 케이스는 금인데 밴드는 아닌 경우가 흔하다. 한 곳만 재고 전체를 그 값으로 계산하면 손실이 난다. 부위를 나눠 재는 것이 원칙이다. 돌이 박힌 제품, 속이 빈 제품, 수리 흔적이 있는 제품도 값이 흔들린다. 이런 물건은 값을 하나로 확정하기보다 조건을 붙여 판단하고, 필요하면 돌을 빼거나 부위를 분리한 뒤 다시 재는 편이 낫다.
정리하면 각 방법이 알려 주는 범위가 다르다. 겉모습과 자석은 '의심 신호', 각인은 '주장된 함량', 비중은 '덩어리 전체의 밀도', **비파괴금분석기**는 '표면의 원소 구성', 시금석은 '표면의 대략적 구간', 회분법은 '실제 함량'이다. 하나가 나머지를 대신하지 못한다는 말은 이 목록에서 그대로 읽힌다. 현장 판단은 값이 서로 맞는지를 보는 일이다. 각인 585, XRF 58% 근처, 비중도 14K 범위 — 세 값이 같은 방향이면 안심하고 진행한다. 각인은 750인데 XRF가 40%대라면 각인을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XRF는 750인데 비중이 크게 낮으면 표면과 속이 다르다는 뜻이다. **어긋남 자체가 정보**이므로, 값이 안 맞을 때 무엇을 더 재야 하는지가 정해진다. 기록도 판단의 일부다. 잰 값과 잰 위치, 측정 횟수를 남겨 두면 나중에 이견이 생겼을 때 근거가 된다. 손님에게도 숫자를 보여 주고 어떤 방법으로 잰 것인지 설명하면 설명이 짧아진다. 값을 말로만 전하면 서로 기억이 달라지는 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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