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만 금인 제품이 어떻게 걸러지는지. 도금 금 구별, 금도금 판별, 속임 금 관련 내용도 함께 담았습니다. 비파괴금분석기 — 녹이지 않고 확인하는 매입 현장 검사.
금은방이나 금거래소 매입대에 올라오는 물건 중에는 겉은 금색인데 속은 다른 금속인 것이 섞여 있다. 도금 제품은 표면 몇 마이크로미터 두께에만 금이 얹혀 있고 안쪽은 황동, 구리, 은, 스테인리스인 경우가 많다. 눈으로만 보면 순금 반지와 도금 반지가 구분되지 않는다. 색도 비슷하게 맞춰 나오고, 각인도 찍혀 있다. 그래서 매입 현장에서는 **비파괴금분석기**를 쓴다. 물건을 녹이거나 깎지 않고, 표면에 X선을 쏘아 어떤 금속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읽어내는 장비다. 손님이 가져온 물건을 그대로 돌려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예전처럼 시금석에 그어 보거나 산을 떨어뜨려 보는 방식은 물건에 흔적이 남는다. 이 글은 도금과 진짜 금을 구별하는 방법을 매입 현장 기준으로 정리한 것이다. 손으로 해 볼 수 있는 방법부터, 장비로 확인하는 단계까지 순서대로 적는다.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닳은 자리**다. 반지 안쪽, 목걸이 걸쇠, 팔찌 연결부처럼 마찰이 많은 곳을 본다. 도금은 시간이 지나면 그 자리부터 벗겨져 아래 금속 색이 비친다. 붉은 기가 돌면 구리, 흰 기가 돌면 니켈이나 은 계열이다. 오래 착용한 물건일수록 이 흔적이 잘 남는다. **무게감**도 단서가 된다. 금은 밀도가 높은 금속이라 같은 크기의 황동 제품보다 확실히 무겁다. 손에 여러 번 올려 본 사람은 크기 대비 가벼우면 바로 안다. 다만 이건 감각이고, 속을 비운 중공 제품이나 텅스텐을 넣은 물건에는 통하지 않는다. **자석**은 걸러내기 용도로만 쓴다. 금은 자석에 붙지 않으므로 붙으면 금이 아니거나 심지 금속이 섞인 것이다. 반대로 붙지 않는다고 금인 것은 아니다. 황동, 구리, 알루미늄도 자석에 붙지 않는다. 자석 검사는 "아닌 것"만 알려 준다. **각인**은 믿을 수 없다. 14K, 18K, 999 같은 표시는 도금 제품에도 그대로 찍혀 나온다. GP, GF, GEP, RGP 같은 도금 표기가 함께 있으면 도금이지만, 아예 지워 놓거나 처음부터 찍지 않은 것도 많다. 각인은 참고 자료일 뿐 판정 근거가 아니다.

**시금석 검사**는 오래된 방법이다. 검은 돌판에 물건을 그어 금선을 남기고 시금액을 떨어뜨려 색 변화를 본다. 함량대별 시금액이 따로 있어서 숙련자는 대략의 K수까지 읽는다. 문제는 물건에 긁힌 자국이 남는다는 것이다. 손님 물건을 그어야 하니 동의를 받아야 하고, 매입이 성사되지 않으면 흠집만 남은 물건을 돌려주게 된다. **질산 점적**도 마찬가지다. 눈에 안 띄는 자리를 살짝 파고 산을 떨어뜨린다. 도금이면 아래 금속이 반응해 녹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한다. 이 방법은 도금을 잘 잡아내지만 물건이 상한다. 산 자체도 취급에 주의가 필요하다. 두 방법의 더 큰 한계는 **표면만 본다**는 점이다. 두껍게 도금한 제품이나 금으로 감싼 뒤 속을 다른 금속으로 채운 물건은 겉을 얕게 긁어서는 안 잡힌다. 실제로 매입 사고가 나는 물건은 대부분 이런 종류다.
XRF 방식 분석기는 시료에 X선을 쏘고, 금속마다 다르게 튀어나오는 형광 X선의 파장을 읽는다. 원소마다 고유한 값이라 금이 몇 퍼센트, 은이 몇 퍼센트, 구리가 몇 퍼센트인지 성분표로 나온다. 물건을 넣고 몇십 초 두면 화면에 수치가 뜬다. 긁지도 녹이지도 않는다. 도금 제품을 이 장비에 넣으면 보통 금 함량이 실제보다 높게 나온다. X선이 도달하는 깊이가 얕아서 표면의 금층을 주로 읽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수치 하나만 보지 않는다.** 무게 대비 부피, 함께 검출된 원소 조합, 여러 지점을 재 봤을 때 값이 흔들리는지를 같이 본다. 반지 앞뒤, 목걸이 여러 마디를 재서 값이 제각각이면 도금을 의심한다. 장비 중에는 도금층 두께를 따로 재 주는 기능이 있는 모델도 있다. 금층이 몇 마이크로미터인지 표시되면 판정이 훨씬 빠르다. 다만 모든 장비에 이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니고, 측정 가능한 두께 범위도 장비마다 다르다.

가장 흔한 것은 **황동 바탕에 얇게 도금한 액세서리**다. 애초에 패션 제품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시간이 지나 출처를 모른 채 매입대에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파는 사람도 금인 줄 알고 가져오는 일이 흔하다. 의도적으로 만든 물건은 **속을 채운 형태**다. 금으로 얇게 감싸고 안에 텅스텐이나 다른 금속을 넣는다. 텅스텐은 밀도가 금과 비슷해서 무게감으로도 잘 안 걸린다. 골드바나 두꺼운 제품에서 나오는 방식이다. 이런 물건은 표면 검사만으로는 잡히지 않고, 초음파나 전도도 검사, 혹은 절단이 필요할 수 있다. **부분 도금**도 있다. 몸체는 금인데 걸쇠나 연결 부품만 다른 금속인 물건이다. 사기라기보다 원래 제조 방식인 경우가 많지만, 무게로 값을 매기는 매입에서는 그 부분을 빼고 계산해야 한다. 여러 지점을 재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현장에서는 한 가지만 보고 결정하지 않는다. 순서는 대체로 이렇게 간다. 먼저 **눈으로 본다** — 각인, 닳은 자리, 색이 뜨는 부분, 마감 상태. 이 단계에서 명백한 도금은 상당수 걸러진다. 다음으로 **무게와 부피를 본다.** 저울에 올려 무게를 재고, 크기와 견줘 본다. 비중 측정을 하는 곳도 있다. 물속에서 잰 무게와 공기 중 무게로 밀도를 계산하는 방식인데, 속이 빈 제품이나 보석이 박힌 제품에서는 값이 어긋난다. 마지막이 **분석기 측정**이다. 여러 지점을 재고, 성분 조합을 본다. 앞 단계에서 이상하다고 느낀 부분을 집중적으로 잰다. 그래도 판단이 안 서면 매입을 보류하거나, 감량을 전제로 진행하거나, 절단 확인에 동의를 받는다. 매장마다 처리 기준은 다르다.

물건을 팔러 갈 때 **분석기로 재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금거래소와 금은방은 매입 전에 성분을 확인하며, 손님이 보는 앞에서 수치를 보여 주는 곳도 있다. 재는 과정에서 물건이 상하지 않으니 부담 없이 요청해도 된다. **여러 지점을 재 달라고 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목걸이나 팔찌처럼 부품이 여러 개인 물건은 한 곳만 재면 전체를 대표하지 못한다. 값이 다르게 나오면 그 자리에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보관 상태도 판정에 영향을 준다.** 때가 끼거나 코팅이 남아 있으면 표면 측정값이 흔들린다. 가져가기 전에 마른 천으로 닦아 두면 측정이 깔끔하다. 다만 연마제나 세척액으로 심하게 문지르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도금이든 순금이든 표면이 상한다.
도금은 금 함량이 극히 적어 대부분의 매장에서 매입 대상이 아니다. 표면 금층은 무게로 따지면 미미한 수준이고, 회수하려면 별도 공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금값을 못 쳐 준다"가 아니라 "매입 품목이 아니다"에 가깝다. 두께가 있는 금장 제품이나 도금 폐기물을 대량으로 모아 취급하는 곳은 따로 있다. 정련 공정을 거쳐 회수하는 방식인데, 개인이 몇 점 들고 가서 되는 일은 아니다. 취급 여부와 조건은 업체마다 다르다. 가짜였다고 실망하기보다, **확인하고 넘어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서랍에 오래 둔 물건이 금인지 아닌지 모른 채 두는 것보다는 낫다. 측정에는 비용이 들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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