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상하지 않게 확인한다는 것이 실제로 어떤 뜻인지. 금 비파괴 검사, 시금석, 파괴검사 차이 관련 내용도 함께 담았습니다. 비파괴금분석기 — 녹이지 않고 확인하는 매입 현장 검사.
매입 창구에서 손님이 제일 먼저 묻는 말이 "이거 잘라 보는 거예요?" 다. 비파괴금분석기는 그 걱정을 없애려고 쓰는 장비다. 비파괴검사 금이라는 말 그대로, 제품을 자르거나 녹이거나 갈지 않은 상태 그대로 두고 금 함량을 읽는다. 검사가 끝나면 손님이 가져온 그 모양 그대로 돌려줄 수 있다. 원리는 형광 X선이다. X선을 쬐면 물질 속 원소마다 고유한 파장의 빛이 되돌아 나온다. 그 빛을 읽어 금이 몇 퍼센트, 은이 몇 퍼센트, 구리가 몇 퍼센트인지를 화면에 숫자로 띄운다. 장비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제품에는 아무 자국도 남지 않는다. 다만 '상하지 않는다' 는 말을 '전부 다 안다' 로 읽으면 안 된다. 비파괴검사는 표면에서 몇 십 마이크로미터 깊이까지를 본다. 겉과 속이 같은 물건이라면 그 값이 곧 전체 값이지만, 겉만 금이고 속은 다른 금속인 물건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한계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매입 결과가 갈린다.

손님이 물건을 내밀면 먼저 눈과 손으로 본다. 각인이 있는지, 무게 대비 크기가 이상하지 않은지, 색이 균일한지. 이 단계에서 걸러지는 것도 적지 않다. 그다음 장비 시료실에 제품을 올린다. 측정 시간은 장비와 설정에 따라 다르다. 짧게는 십수 초, 정밀하게 볼 때는 그보다 길게 잡는다. 시간을 길게 줄수록 수치가 안정된다. 급하다고 짧게 끊으면 소수점 자리가 흔들린다. 측정 자리도 중요하다. 반지라면 안쪽 면과 바깥 면, 목걸이라면 줄과 잠금장치를 따로 잰다. 한 제품 안에서도 부위마다 재질이 다른 경우가 흔하다. 특히 잠금장치나 연결 고리는 다른 금속을 쓴 물건이 많다. 한 자리만 재고 전체를 판단하면 그게 사고가 된다. 숫자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손님과 함께 화면을 본다. 금 함량이 몇 퍼센트고 그래서 몇 K에 해당하는지를 눈으로 같이 확인하는 절차다. 매입가를 두고 실랑이가 붙는 대부분의 상황은, 손님이 값을 어떻게 계산했는지 못 본 데서 시작한다.

시금석은 오래 쓰인 방법이다. 검은 돌판에 제품을 문질러 금가루 선을 긋고, 거기에 시약을 떨어뜨려 녹는 정도와 남는 색으로 순도를 가늠한다. 장비 없이, 돌과 시약과 눈만으로 판단한다. 시금석의 장점은 분명하다. 비용이 거의 안 들고, 겉에 도금이 얇게 씌워진 물건은 문지르는 순간 아래 금속이 드러나기 때문에 도금 여부를 빨리 알아챈다. 손에 익은 사람은 꽤 정확하게 본다.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제품에 문지른 자국이 남는다. 눈에 잘 안 띄는 자리를 골라 문지르지만 자국은 자국이다. 손님 물건이라면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일이다. 둘째, 숫자가 안 나온다. "18K로 보인다" 까지는 가도 "75.2%" 는 안 나온다.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결과가 갈릴 수 있고, 손님에게 보여 줄 근거가 사람의 말밖에 없다. 비파괴금분석기는 이 두 가지를 해결한다. 자국이 안 남고, 숫자와 출력물이 남는다. 대신 시금석이 잘 잡는 도금 문제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둘 중 하나를 고르기보다 함께 쓴다.

파괴검사는 제품의 일부를 실제로 떼어내거나 녹여서 재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것이 회분법(습식·화학 분석 계열)으로, 시료를 채취해 용해하고 금만 남겨 무게를 다는 식이다. 시료가 원래 형태로 돌아오지 않으니 '파괴' 다. 이 방법을 아직 쓰는 이유는 정확도 때문이다. 표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료 전체를 녹여 재기 때문에, 속이 어떻게 생겼든 상관이 없다. 겉과 속이 다른 물건에서 비파괴 방식이 흔들리는 지점을 파괴검사는 그냥 통과한다. 대신 시간과 비용이 든다. 그 자리에서 결과가 안 나오고, 시료를 보내고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손님을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현장 매입은 비파괴로 처리하고, 금액이 크거나 수치가 미심쩍은 건에 한해 파괴검사로 넘긴다. 어느 쪽이 우월한 게 아니라 쓰는 자리가 다르다.

가장 흔한 것이 도금이다. 얇은 금층 아래에 황동이나 은이 들어 있는 물건. 비파괴 장비가 표면을 읽으면 금 수치가 높게 나온다. 이때 무게가 단서가 된다. 금은 무거운 금속이라 같은 크기라면 확연히 묵직하다. 손에 얹었을 때 가볍다 싶으면 표면 수치와 별개로 의심해야 한다. 속을 비운 물건도 있다. 겉은 두툼한 팔찌인데 안이 비었거나 다른 것으로 채워진 경우다. 이런 물건은 겉면 측정치만으로 판단이 안 된다. 두드려 소리를 보거나, 여러 자리를 재서 값이 흔들리는지 보거나, 결국 파괴검사로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텅스텐처럼 금과 비중이 비슷한 금속을 심에 쓴 물건은 무게로도 안 걸러진다. 흔하게 들어오는 물건은 아니지만, 금액이 큰 건이라면 한 번 더 확인할 이유가 된다. 세공품에 붙은 다른 재료도 수치를 흔든다. 도금 마감, 로듐 코팅, 납땜 자리, 알 자리의 접착제 같은 것들이다. 나온 숫자를 그대로 믿기 전에, 이 물건 어디를 쟀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화면에 뜬 금 함량은 측정 조건 아래에서 나온 값이다. 어느 부위를 얼마나 오래 쟀는지, 시료실 안에 제품이 어떤 각도로 놓였는지에 따라 소수점이 조금씩 달라진다. 같은 물건을 두 번 재도 소수점 자리는 바뀔 수 있다. 그래서 한 번 재고 끝내지 않는다. 자리를 바꿔 두세 번 재서 값이 비슷하게 모이면 그 물건은 겉과 속이 같다고 볼 근거가 생긴다. 값이 재는 자리마다 크게 튀면 그 자체가 신호다. 교정도 관리 대상이다. 장비는 표준 시료로 기준을 맞춰 두고 쓴다. 교정 주기와 방법은 장비 제조사와 모델에 따라 다르니 매뉴얼과 공급처 안내를 따른다. 오래 쓴 장비에서 값이 예전과 다르게 나온다면 물건보다 장비를 먼저 의심하는 게 순서다.
비파괴 검사의 값어치는 정확도만이 아니다. 손님과 매장 사이의 다툼을 줄인다는 데 있다. 손님 앞에서 잰다, 손님이 화면을 같이 본다, 결과를 종이로 남긴다. 이 세 가지가 갖춰지면 "왜 이 값이냐" 는 질문에 대답할 근거가 생긴다. 물건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는 점도 실제로는 크다. 매입이 아니라 감정만 받으러 온 손님, 팔지 말지 아직 정하지 못한 손님이 적지 않다. 확인만 하고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장에 들어올 이유가 된다. 문지른 자국이 남는 방식으로는 이게 안 된다. 그리고 기록이 남는다. 언제 무엇을 어떤 수치로 매입했는지가 쌓이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되짚을 수 있다. 매입은 물건 하나가 아니라 거래 하나를 받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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